미국 독립기념일-그 교훈
조진모 목사
7월 4일
저희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필라델피아는 어떤 도시일까요? 미국 동부 여행을 하시는 분들에게 필라델피아는 그리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뉴욕의 활기찬 분위기와, 현재 행정부가 들어선 워싱턴DC의 당당함과 비교가 되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낼만한 구경거리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동시에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역사를 부분적이나마 이해하고 있는 분들의 관심을 끄는 도시입니다. 1776년 7월 4일, 이곳에서 열린 대륙의회에서 영국의 식민통치에 대항하여 독립선언문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였습니다. 매년 국경일로 지키는 독립기념일의 중심에는 불꽃놀이가 있지만, 사실은 이 나라의 건국이념을 되새겨보는 날이지요. 지대한 역사적 교훈을 지닌 ‘독립기념관’과 ‘자유의 종’이 필라델피아 시내에 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교민들이 미국의 독립정신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독립 선언
미국의 독립선언이 지닌 중요한 교훈이 무엇일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지닌 의미가 한국의 광복절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았습니다. 바로 이날부터 일제의 악독한 통치가 중단되었습니다. 그 날 조선 땅에 채워진 펄럭이는 태극기의 물결과 ‘대한독립만세’ 함성은 오랜 세월동안 응어리져있던 망국의 한을 씻어내는 수단이었습니다. 광복절은 이미 얻은 자유에 대한 감격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1776년 7월 4일의 독립 선언은, 영국의 식민지로부터벗어난 감격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독립의 의지를 확고히 굳히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미국은 영국의 손을 벗어날 수 있던 것은 독립전쟁에서 승리하였기 때문입니다. 1775년에 시작된 이 전쟁은 수많은 사상자를 낸 후 1783년에 파리조약으로 평화협정을 맺음으로 종식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조지 워싱톤을 미합중국의 첫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영국과 대항하는 상황에서 독립을 선언한 것이 우리의 광복절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아직 자유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독립국가임을 천명하였기 때문입니다. 만일 미국이 독립전쟁에서 영국에 패배를 하였다면 나라의 운명이 어찌되었을까요? 매우 혼잡스러웠을 것입니다.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스페인, 화란, 독일 등의 유럽 국가들도 직간접으로 이 전쟁에 참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전쟁에서 패배하였다면 분명히 그들이 함께 모여 필라델피아에서 발표한 독립 선언은 어떤 가치나 의미도 없이 곧 사라져간 작은 소리에 불과하였을 것입니다.
자유와 평등
미국의 독립은 식민지 생활을 중단하려는 시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이 추구한 ‘자유’는 타국의 간섭이나 통제로부터의 탈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다시 표현하자면, 모두가 평등하게 태어났고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기에, 영국은 미국 식민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착취를 포기하고 주권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미국 독립선언문에 나타난 자연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사회의 제도와 법의 가장 기본으로 여겨졌고, 그 당시 영국인들이 근대 사회라는 새로운 배경을 두고 함께 공유했던 사상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13개 식민지 대표들은 영국을 향해, “우리의 요구는, 당신들이 잘 알고 있고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 정신에 입각해서 바르게 결정을 내리라는 것이다!”라고 외친 셈입니다.
아쉬운 변화
미국의 시작은 자유와 평등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독립기념일을 맞아 우리가 함께 재확인해야 할 내용입니다. 올해가 2016년이니까, 1776년으로부터 24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 동안 미국이 어떻게 변화되어 있는지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미국은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고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연법의 정신이 인권과 연관되어, 각 개인이 주장하는 권리를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사상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뉴스 미디어에서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좋은 예가, 요즘 우리의 관심거리인 성소수자들이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며, 나아가서 이 사실을 동성애자들의 인권문제와 연결시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으며, 남자와 여자로 한 가정을 꾸리게 하셨다는 성경 말씀을 진리로 믿습니다. 우리에게 성경은 모든 신앙과 삶의 척도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우신 원리가 아닌 것은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말하면, 자유와 평등을 깨고 인권을 모독하는 사례가 되는 시대가 현재 우리 삶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런 아쉬운 변화가 생길까요?
어떤 하나님?
1776년 독립선언의 배경에는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평등과 자유’라는 개념이 강했습니다. 과연 그들이 말한 ‘신’이란 어떤 대상이었을까요? 영어로 God입니다. 달러 지폐에 “In God we trust”라고 기록된 바로 그 ‘신’입니다. 문제는 이 ‘신’이 성경의 하나님과 동일한 분이냐는 것입니다.
17세기부터 시작된 근대 사상이 말하는 ‘자유와 평등’은 사실 성경의 하나님의 간섭이 없는 상황 속에서, 모든 인간의 마음과 뜻을 모아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건국 사상의 중심에 있는 ‘신’이란,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 중심의 진보적인 사회를 허용하고 동조하는 시대가 만들어낸 ‘기형적이고 추상적인 신’에 불과합니다.
내일이 독립기념일입니다. 미국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받아야 할 교훈이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은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시대의 정신이지만, 성경으로 말씀하시며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이란 울타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또는 우리가 추구하는 ‘신’은 오직 한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