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조진모 목사
계단 위의 소금
눈이 하루에 30인치나 내렸습니다. 동부 하늘이 뻥 뚫린 듯 했습니다. 눈 폭탄의 파워가 대단했습니다. 지난 1월 6일에 벌어진 것입니다. 외출을 포기하고 하루 종일 방콕(방에 콕 박혀있음) 하였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자연의 횡포로 집안에 갇혀 있던 경험, 무척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주말 날씨에 민감합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교회 출석이 힘든 성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작년 겨울에는 주말에 내린 눈으로, 무려 다섯 번이나 주일 예배가 지장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토요일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하루 종일 수시로 창밖을 내다봤습니다. “이제 속히 그쳐야 하는데… ”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그 날 하나님께서 엄청 바쁘셨을 것입니다. 인종과 교파를 초월하여 미 동부에서 사역하는 대부분의 교역자이 좋은 날씨를 주십사하는 간절한 기도를 올렸음에 분명합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었죠.
금요일 오후, 어둑해진 시간에 퇴근을 했습니다. 이미 눈발이 날리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바깥에 나가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계단이 벌써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발을 떼면서 자세히 보니, 그 하얀색은 눈이 아니라 소금이었습니다. 폭설을 대비하며 소금을 잔뜩 뿌려놓았던 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눈을 녹이는 소금에 대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으로 팔복을 말씀하신 후에, 성도들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할 중요한 몇 가지의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마태복음 5:13)” 입니다. 소금처럼 살 것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어떤 교훈이 담겨져 있을까요?
소금의 소중함은, 그 색깔이나 모양에 있지 않습니다. 자신을 녹여서 상대에게 유익을 주는데 있습니다.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게 합니다. 지나치게 짠 음식은 건강에 해롭지만, 적당히 짠맛을 내는 음식은 식욕을 증진시키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또한 소금은 썩는 것을 방지합니다. 냉장고가 없고 얼음이 귀했던 시절, 주로 방부제로 사용되었던 왕소금에 범벅된 생선이 유통되어 식탁까지 올라왔습니다.
소금 자체는 절대로 썩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신선하게 유지시켜줍니다. 예수님께서 성도들에게 소금처럼 살라고 하신 말씀하신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자신을 녹여 희생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소금이 녹지 않고 덩어리로 남아있다면 쓸모가 없다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교훈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지금 나는 소금으로써 살고 있는가?” 만일 주위 사람들의 삶 속에 ‘신앙인의 진정한 맛’ 또는‘예수를 믿는 독특한 맛’을 심어주고 있다면, 소금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 나아가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경건하고 영적인 모습으로 건강한 신앙생활을 영위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역시 소금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한 것이구요.
일등공신
토요일 밤, 혹시 교회로 가는데 지장이 있을까하여 자정이 넘도록 집 앞의 눈을 치웠습니다. 주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큰 길로 가는 길은 아직 눈을 치우지 않았습니다. 눈 치우는 삽 두 개를 차에 싣고, 아내와 함께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큰 길로 나왔습니다. 큰 길로 나온 후,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큰 길에 뿌려놓은 소금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눈이 많이 녹았습니다. 특히 언덕은 아스팔트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안전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자연히 소금을 찾습니다. 소금은 눈을 녹이는 일등공신입니다. 이번 폭설에도 소금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금이 스스로 녹아주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녹여 눈을 녹인 것입니다. 소금으로 산다는 것은, 상대를 녹이기 위하여 자신이 먼저 녹아지는 낮아지는 마음이란 것을 재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예수님께서 활동하신 지역은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았습니다. 요즘도 평균 기온이 화씨 40도와 90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폭설은 물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경험하지 못하셨을 것이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가르침의 방법은 매우 독특했습니다. 그 당시 그분의 교훈을 받던 사람들의 주위에서 쉽게 발견되는, 자연이나 삶의 정황을 예화로 사용하신 것입니다. 모두가 쉽게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셨습니다. 소금을 비유로 말씀하신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소금이 맛을 내듯이…“라는 말씀의 의미를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폭설을 경험하면서, 만일 예수님께서 우리와 같은 기후에 사셨더라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라는 교훈을 설명하시기 위하여 ‘음식의 맛’과 ‘방부제 역할’ 이외에, ‘눈을 녹이는 소금…’ 을 좋은 예화거리로 사용하셨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맛을 내는 소금’은 부엌에 출입 하지 않는 분들에게 생소할 수 있고, ‘방부제로서의 소금’은 이제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듯합니다. 그러나 ‘눈을 녹이는 소금’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화라고 생각됩니다. 신기록을 세운 폭설을 통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라는 주님의 교훈이 지닌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