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열풍을 기대하며
스포츠 왕국
미국은 실로 스포츠 왕국입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4대 프로 스포츠가 끊이지 않고 계속됩니다. 봄이 되면 야구가 시작되어 가을까지 계속되고, 미식축구는 늦여름에 시작되어 겨울 중간까지, 그리고 10월에 아이스하키와 농구가 시작되어 다음 해 봄까지 이어집니다. 아무리 스포츠 자체에 관심이 없어도, 미국에 살아가는 햇수가 늘어갈수록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됩니다. 매일 신문과 방송에 프로 스포츠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습니다. 한 지역에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각 팀의 활동과 특정 선수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지요.
각 종목마다 여러 팀들이 있습니다. 시즌 내내 야구 30팀, 미식축구 32팀, 아이스하키 31팀, 그리고 농구 30팀이 서로 경합을 벌입니다. 각 팀은 자신이 속한 도시를 대표하기 때문에, 각 경기는 두 팀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두 도시 간의 싸움이지요. 필라델피아에 속한 팀은 야구팀 (Phillies), 미식축구팀 (Eagles), 아이스하키(Flyers), 그리고 농구팀(Sixers) 등이 있습니다.
만일 건강을 생각한다면 자신이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해야 하지만,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열심히 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대리 만족을 얻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대단한 실력을 갖춘 운동선수들의 몸값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 예로, 2017년에 클리블랜드에 소속된 농구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 선수(LeBron James)입니다. 무려 8천6백20만 불이란 천문학적인 숫자입니다. 운동만 잘해도 일약 스타가 되고 떼돈을 벌게 되는 구조 속에서, 미국은 날이 갈수록 스포츠 왕국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곰곰이 생각하지 않아도 결코 건전한 풍토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탈이 납니다. 사실 세상적인 오락과 운동 관람에 심취한 채 멸망의 길을 걸었던 로마의 역사가 전해주는 교훈이 거울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수퍼볼 열풍
지난 몇 년간 필라델피아에 속한 어느 팀도 시즌을 마감하면서 우승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기대감을 포기한 채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가을부터 미식축구가 연승가도를 달리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필라델피아 이글즈가 미식축구의 최종 결승전인 수퍼볼(Super Bowl)에 진출하였습니다. 오늘 2월 3일 저녁에 뉴잉글랜드와 경기를 치러 이기면, 구단 역사상 처음 챔피언이 됩니다. 현재 필라델피아는 수퍼볼 열풍에 휩싸여 왔습니다.
미국에 와서 처음 미식축구를 시청하던 때가 기억납니다. 한마디로 전혀 재미가 없었습니다. 모든 경기에는 흐름이란 것이 있는데, 조금 진행되다가 중단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을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왜 미국인들이 미식축구에 그토록 열광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에 서부로 땅을 넓혀가던 개척시대의 정신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공격하는 팀은, 공을 들고 뛰거나 앞으로 던져 받아내면서 상대편의 영역을 향해 돌진하며 땅을 점령해 나갑니다. 이와 반대로 수비하는 팀은, 최선을 다해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며 땅을 내주지 않으려고 온갖 힘을 동원합니다. 기본적인 경기 규칙에 익숙해지고 몇 가지 전법에 눈을 뜨게 되면, 금방 미식축구가 지닌 묘미에 빠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미식축구 경기가 주일에 있습니다. 따라서 목회자인 저로서는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늦가을부터 필라델피아 이글즈에 은근히 마음이 끌렸습니다. 1988년도부터 필라델피아에 살았으니 그 동안 고향 팀을 향한 관심과 정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특별한 이유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