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혼란
세월호 사건보다 더 큰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여자의 힘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온 나라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마치 고구마가 줄기 주렁주렁 달려 나오듯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총체적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2012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되었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제게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평가를 내릴만할 전문적 지식이 없습니다. 단지 국가의 원수인 박대통령의 정신세계와 정치적 판단을 지배하여온 한 여인이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점점 더 찹찹해지는 심정입니다.
치마 바람
한국 어머니들의 치마 바람은 세계가 놀랄 정도입니다. 치마 바람의 원인은 “내 아이의 성공”에 대한 집착입니다. 내 아이가 최고의 교육을 받고, 명문 학교에서 공부하고, 잘나가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엄마의 바람이지요.
자녀를 향한 사랑은 어떤 희생과 어려움을 감수하게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진모야, 공부 열심히 해라. 돈이 모자라면 엄마가 콩나물 장사라도 할 각오가 되어있다!”라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저는 M&M 초코렛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어머니는 간혹 남대문 시장 수입 상품 코너에서 커다란 팩에 들은 초코렛을 사다주시곤 하였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어머니의 적당한 치마 바람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죽이는 힘
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박대통령 뒤에서 힘을 휘둘러온 한 여인의 횡포의 근본적인 동기가 다름이 아닌 “치마 바람”이라고 합니다. 내 딸의 성공에 대한 집착이지요. 딸을 엄청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지만, 그 아이가 그런 실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같은 입장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 정상적인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던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딸을 위해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각종 특혜와 조작을 일삼았습니다. 부정 입학은 물론, 심지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승마운동선수로 박탈되는 과정에서도 그 힘이 작용하였습니다.
그 딸의 입장에서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로 신나는 일이지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엄마가 챙겨주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그 어느 것도 말 한마디면 마치 홍해가 갈라지는 듯 소원이 이뤄진 것입니다. 막강한 힘을 지닌 엄마가 얼마나 자랑스러웠겠습니까? 어린 나이 이지만, 그녀는 평생 벌지 않고도 떵떵거리며 먹고 살 수 있는 재산이 소유하고 있으니 걱정할 일이 무엇이 있었겠습니까? 심지어 20살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가정까지 꾸렸으니, 문자 그대로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소수의 특권층이 된 것이지요.
그러나 당당하게 권력을 휘두르던 엄마의 힘이 세상에 노출되면서, 이 딸의 앞날도 함께 크게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지금 외국 땅 어느 곳에 숨죽이고 꼭꼭 숨어 있습니다. 일반인들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값비싼 말을 탄 그녀였습니다. 당당하다 못해 도도한 모습으로 세상 꼭대기에 앉았던 그녀의 꿈이 산산이 부서진 것입니다.
엄마로서 최선을 선택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그 치마 바람은 그 딸을 죽이는 힘이었습니다. 그 누가 보아도 대단히 잘못된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아무런 염려 없이 줄곧 힘 있게 걷고 뛰어가도록 그 길을 열어주었지만, 사랑하는 딸의 삶을 망가뜨리고 죽이는 종착지로 향하도록 힘 있게 밀어 넣은 것입니다. 이 딸이 철이 들게 된 후에 과연 엄마에게 어떤 태도를 갖게 될지 궁금합니다. 감사 또는 원망 중에 어떤 마음일까요?
살리는 힘
주후 5세기에, 북 아프리가 히포라는 지역에 어거스틴이란 이름의 남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어려서부터 나쁜 친구들과 사귀며 계속 사고를 쳤습니다. 워낙 공부를 잘 하였기에, 어린 나이에 그 당시 최고의 학문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어두움을 사랑하여, 도덕적으로 타락한 삶을 살았습니다. 17살부터 한 젊은 여인과 동거를 하였고, 그 사이에 아들을 두기도 하였습니다. 어거스틴은 세상의 기준으로는 나름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어두운 세상의 일에 취하여 스스로 방탕의 삶을 그칠 힘이 없었습니다. 더욱이 세속 철학에 심취한 그는, 마니교라는 이단 종교의 가르침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육체는 물론 영적으로도 타락한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거스틴은 남부럽지 않는 한 여자의 힘이 항상 그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어머니 모니카였습니다. 세상적인 의미에서 치마 바람을 일으킬만한 그 어느 것도 지닌 것이 없었던 배운 것이 없는 보통 여인이었습니다. 단지 그녀를 특별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면, 그녀가 만난 하나님이 주시는 신앙의 힘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세상을 사랑하여 어둠의 세력에 잡혀있는 아들을 건져낼 수 있는 힘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 힘이란, 모범적인 경건한 신앙의 삶과 지속적인 기도의 무릎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은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회심을 경험하였습니다. 하나님께 붙들려 귀하게 쓰임을 받았습니다. 초대교회는 물론 후대 교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인『참회록』에서 어머니 모니카에 대해 자주 언급합니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육체뿐 아니라, 거듭난 생명을 낳기 위하여 산모의 고통을 감수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머니가 56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신 후의 심정을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주님! 이 책을 기록하면서 주님께 고백합니다. 어머니는 평생 동안 부족한 자식을 위해 우셨는데 나는 이제 겨우 어머니를 위해 한 시간 남짓 울었습니다.” 모니카라의 경건과 신앙은, 그녀의 아들 어거스틴의 삶과 사상, 그리고 그의 신학을 통해 구체적으로 오고가는 세대에 널리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한 여인이 지닌 살리는 힘을 능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