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두 후보 중에 누구를 뽑아야 하나요? 살짝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요즘 성도님들께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저는 가급적이면 직접적인 답을 피하고 있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가 미국 정치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제 짧은 소견이 상대를 그릇 인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와 버금가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지역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공인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생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치 자체나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하여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덕스럽지 않기에 절제하려는 것입니다.
현재 최종 후보 두 명이 결정된 상태입니다. 선거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11월 초가 되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됩니다. 이번에 여러분은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건국과 함께 시작된 미국의 양당제(兩黨制, two-party system)의 장점은, 국민 각자가 각 당의 정책을 평가하고 판단하여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고민은 매번 선거를 앞두고 4년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과 다릅니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섭리
하나님은 섭리하는 분이십니다. 섭리란,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으로 이 세상의 모든 일을 보존하고 다스리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계획하신대로 세상의 일을 이끌어 가시기에 편안하게 우리의 삶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창조자이시고, 우리는 그가 만드신 창조물입니다. 우리의 사라지는 안개와 같지만, 하나님은 뜻하신 대로 모든 역사를 친히 간섭하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 보존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것도 우연하게 생기는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세상의 이치와 원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풍년과 흉년, 생명과 죽음, 나라가 서고 망하는 것,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 뒤에서 하나님이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뤄지는 것입니까? 답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의 섭리라는 렌즈로 세상의 일을 바라보는 우리는, 당연히 하나님께서 간섭하신다는 것을 믿고 고백합니다. 문제는 두 명의 후보 중에 누가 선택된 것일지는 오직 하나님만 아신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선택한 분이 선출될 것입니다. 역사 살펴보면, 심지어 악하고 능력 없는 왕 조차도 하나님이 세우셨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분명히 하나님께 달려있습니다.
어떤 영향력?
1976년 대선부터 미국 대선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미국의 ‘거듭난 기독교인’들이라는 의미에서의 ‘복음주의자’들이 미국 대선의 변수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교파를 초월하여 보수적 성향을 지닌 성도들입니다. 세속화 되어가는 미국 사회를 살려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마음을 합친 것입니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미국을 좀 더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였습니다. 그 결집의 효과가 대단했습니다. 결국 그 해에 무명의 정치인 지미 카터가 복음주의자의 표심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하여 선거철만 되면 ‘복음주의자의 표’라는 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기독교적 관점을 가진 자들이 결속되어 후보자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기독교인들이 힘을 연합하여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976년 이후 40년이 지났습니다. 미국이 총체적으로 많이 변화하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와 성도의 신앙이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이전과 같이, 복음을 먼저 받아드린 자로서 무엇인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책임을 인식하고 행동에 옮기려는 성도들의 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지난 몇 번의 대선을 통해서, 신앙적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등장하여 표심을 챙기고 있습니다. 바로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잘 산다”는 개념이 크게 변화되었습니다. 전에는 도덕적이며 순화된 사회에서 사는 환경을 우선순위에 두었다면, 요즘은 더욱 풍요한 물질과 자유로운 정신이 지닌 가치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마디로, 기독교가 지닌 가치관과 삶의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로 인하여 혼동의 늪에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빠져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책임
위에 언급한 복음주의자들이 특정인을 지목하여 몰표를 던지는 모습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을까요? 하나님의 섭리를 믿고 고백하는 신앙에 버금가는 행동이었을까요? 2015년은 동성애에 대한 찬반 여론으로 인해 미국 전체가 뒤숭숭했습니다. 이때 1976년 복음주의자들이 힘을 합쳐 대통령으로 선출한 지미 카터가 동성애자를 옹호하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말을 했습니다. 예수님도 분명 동성애자를 지지하였을 뿐 아니라, 곧 미국에서 동성애자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상시 카터를 존경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복음주의자들의 반응을 생각해봤습니다. 분명한 성경적 판단력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 그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였을 것입니다. 한때 복음의 깃발아래 기세를 올리며 집합된 힘으로부터 역풍을 크게 맞은 격이지요.
지난 40년간의 미국 역사를 통해 얻는 교훈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을 섭리하시는 하나님께 맡기고, 우리는 각성하여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영적으로 깨어 미국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미국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간청하는 것입니다. 특히 대통령을 포함하여 국가를 위해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분들의 마음을 지켜주실 것을 구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바른 선택을 위해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마음속으로 확신을 주시는 후보를 선택하여 투표하십시오. 결과는 섭리하시는 하나님께 맡기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투표소를 나오시기 바랍니다. 물론 그 다음이 더욱 중요합니다. 매일 미국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십시오.